인천 청라동 단독주택 'TED House'
건축주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던 시기,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 발길을 옮겼다. 북한강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샛길 끝자락, 산자락에 안긴 대지는 사계절의 변화가 또렷하게 드러나고 마을의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반려견 ‘순이’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 했다. 활동적인 취미와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집, 일상의 쉼표가 되는 공간을 짓기 위해 우리는 설계의 첫 페이지를 함께 시작했다.
이 집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계절의 변화와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했다. 주차장에서 실내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편리한 구조, 캠핑과 운동 장비를 보관할 수 있는 넉넉한 수납창고, 부엌과 다용도실이 효율적으로 연결된 동선, 내부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큰 창과 마당, 그리고 공간마다 감성을 불어넣는 색채와 조명이 필요했다.
외관은 주변 마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붉은 계열의 벽돌을 선택했다. 이 벽돌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색이 변하며, 해 질 녘에는 한층 깊은 톤으로 물든다. 차고 벽면까지 같은 재료를 이어붙여 실내와 외부가 단절되지 않고 흐르는 듯한 감각을 주었다. 집의 덩어리는 기능별로 나누고, 지붕선으로 하나의 형태로 묶어냈다. 차고에서 현관, 창고, 실내로 이어지는 흐름은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마치 길을 걷듯 자연스럽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서재가 위치해 있다. 서재는 집안 전체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오렌지색 벽과 천장은 창의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짙은 초록 커튼이 강렬한 색 대비를 완성한다. 코너창은 두 방향의 시선을 열어 다양한 풍경을 담아내고, 커튼을 조절해 빛의 양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서재를 지나 거실로 들어서면 먼저 마당과 거실이 맞닿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거실의 대형 창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연을 끌어들이며, 봄에는 햇살이 바닥에 부드럽게 번지고, 겨울에는 눈발이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부엌은 초록색 타일과 간살 슬라이딩 도어로 세련된 인상을 남기고, 흰색 가구와 어우러져 차분함 속에 포인트를 준다. 다용도실과 맞닿아 있어 요리와 집안일의 동선이 짧고 간결하다.
거실 옆 마당은 순이를 위한 무대다. 지붕 아래 외부 공간이 있어 비나 눈을 피할 수 있고, 데크와 잔디가 이어져 실내와 마당을 끊김 없이 연결한다. 순이는 마당을 달리고, 건축주는 거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이곳에서는 사람과 반려견의 하루가 자연스럽게 겹친다.
안방은 짙은 녹색 벽으로 감싸져 있어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가라앉는다. 바깥과 맞닿은 쪽에는 목재 펜스를 두어 시선을 차단하고, 드레스룸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사적인 영역이 이어진다. 2층에 해당하는 서재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닌다. 오렌지색 벽과 천장은 따뜻한 긴장감을 주고, 짙은 초록 커튼은 강한 색 대비를 이루며 빛을 제어한다. 코너창에 서면 두 방향으로 펼쳐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앉아서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의 흐름까지 느껴진다.
집 안과 밖에는 빛이 섬세하게 배치돼 있다. 지붕 아래 매입등은 은은하게 마당을 비추고, 벽부등은 리듬감 있게 집의 표면을 살린다. 따뜻한 색감의 전구는 밤에도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며, 멀리서 보면 집이 조용히 숨 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외관의 붉은 벽돌은 수차례의 조색 테스트 끝에 가장 자연스러운 조합을 찾았다. 내부 조명은 색온도와 방향까지 세밀하게 조율해,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집의 표정이 달라지도록 했다. 설계 초기부터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순이의 동선은 마당과 실내, 외부 공간을 끊김 없이 이어주며 사람과 반려견 모두가 불편함 없이 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 1층
대지면적: 420.00㎡
건축면적: 166.45㎡
연면적: 165.06㎡
건폐율: 39.63%
용적률: 31.5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주차대수: 1대
사진: 윤동규
시공: (주)디자인소재종합건설
설계: 라움 건축사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