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용천리 근린생활시설 ‘평정재’
평정재 프로젝트는 라움건축의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연이 닿게 된 건축주 분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수의사인 건축주는 자신의 반려견을 케어하고 환자들과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했다. 소음 가득한 도시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업무를 보고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산 중턱에 작은 사무소를 하나 계획하게 되었다.
건축주는 급경사지와 구거(개울)로 분리되어있는 대지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상담을 통해 영역별로 다양한 테마를 갖춘 사적인 정원으로 가꾸는 방향을 제안, 외부 조경 계획을 고려하여 건축 설계를 진행했다. 내부에서는 넓게 트인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산지와 정원을 전망할 수 있기를 바랐다.
경사가 급하고 중간에 구거(개울)가 흐르는 대지 특성상 넓은 면적에 비해 실질적으로 건축이 가능한 영역은 넓지 않았다. 도로에 접한 면이 짧아 진입 공간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도로에 가깝게 건축물을 배치하여 주차 진출입로와 내부로의 동선을 단축하여 정원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주었다. 이로 인해 나머지 야외 공간에는 건축주의 취향을 담은 조경 계획이 가능했다.
대지 조건에 맞추어 건축물을 배치함과 동시에 다양한 전망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했다. 크게 원경과 근경의 공간을 나누어 조망을 통해 공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북서 측으로는 개울을 포함하여 멀리 산지 전망이 펼쳐지는 원경을 확보하고, 반대로 남동 측으로는 채광과 함께 근경인 안뜰(후정)을 조성했다. 도로 끝에 위치한 대지는 외부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이 공간에 다다르면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의 운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또한 작은 건물 안에 다양한 성격의 사무·상담 공간을 만들고 전망을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차장에서 정원으로 나아갈 때 3개의 공간을 거치도록 했다. 여기에 개방감 있는 다양한 창호로, 자칫 좁게 느껴질 수 있는 내부 공간감을 확장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내부로 들어서면 어느 공간에서든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의 경우, 가능한 단순하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도록 디자인했다. 실내 마감 재료의 종류를 단순화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간결한 공간을 위해 조명을 전부 매입등으로 계획하였다.
현관 우측 사무실은 후정을 향해 열려있다. 다른 두 공간에 비해 닫혀 있지만 업무에 집중하기에는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하다. 현관에서 좌측으로 돌아서면 복도 왼편으로 또 다른 성격의 공간이 나타난다. 평상을 짜 넣은 이 공간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산 전망을 바라보지만 내부가 과하게 노출되지 않아 상담 중 동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창호의 높이를 조절하였다. 내부 동선 끝에 위치하는 사무 공간은 가장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벽면의 큰 통유리 창, 다른 공간보다 높은 층고는 이동할 때마다 다양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공사비가 증가하여 초기 2층으로 계획했던 건축물 규모를 1층으로 축소하게 되었다. 다만 추후 증축이 가능하도록 구조체 보강, 증축을 위한 연장 배관 등을 고려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완성해나갈 건축물의 미래가 기대된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용도: 근린생활시설(오피스)
규모: 지상1층
대지면적: 827.00m²
건축면적: 119.12m²
연면적: 97.52m²
건폐율: 14.40%
용적률: 11.7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주차대수: 2대
사진: 정순호(시우스튜디오)
시공: 위드하임
설계: 라움 건축사사무소